나이가 들어 가는 것의 장점은 거의 없다. 마흔이 넘어 가며 새치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거울을 안보게된지 오래되어 새치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다 처음 나도 늙었구나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찾아온 노안이었다. 양쪽 시력이 2.0으로 눈에 대한 아무 불편 없이 살다가 천천히 가까운 글씨들이 흐릿해지며 돋보기 안경이 필요했다. 야외활동을 좋아하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자외선의 공격을 회복하지 못하는 피부는 검버섯이 피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상처가 아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티비에서 본 동물의 왕국의 노쇠한 동물들이 생의 끝으로 가는 길을 같이 걷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아쉬움 없이 ‘나도 이제 저물어 가는 구나’란 생각만 들었다.
장점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거의라는 것은 미미하게 장점도 있다는 뜻이다. 젊었을 때 보다 체력, 근력, 활력 모든 것이 약해지는 대신에 감정적으로 여유가 있고 차분해진 느낌이다. 삶이나 타인에 대해 큰 기대도 없어지고 무미무취해진다고나 할까? 운전을 할 때 예전에는 앞 차가 얍삭하게,또는 난폭하게 운전을 하면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내 갈길만 간다.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 운 좋은 몇개의 경우 빼고는 없다. 그냥 받아 들이는 것이 가장 수월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유구무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