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간다는 것

나이가 들어 가는 것의 장점은 거의 없다. 마흔이 넘어 가며 새치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거울을 안보게된지 오래되어 새치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러다 처음 나도 늙었구나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찾아온 노안이었다. 양쪽 시력이 2.0으로 눈에 대한 아무 불편 없이 살다가 천천히 가까운 글씨들이 흐릿해지며 돋보기 안경이 필요했다. 야외활동을 좋아하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자외선의 공격을 회복하지 못하는 피부는 검버섯이 피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상처가 아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티비에서 본 동물의 왕국의 노쇠한 동물들이 생의 끝으로 가는 길을 같이 걷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아쉬움 없이 ‘나도 이제 저물어 가는 구나’란 생각만 들었다.

장점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거의라는 것은 미미하게 장점도 있다는 뜻이다. 젊었을 때 보다 체력, 근력, 활력 모든 것이 약해지는 대신에 감정적으로 여유가 있고 차분해진 느낌이다. 삶이나 타인에 대해 큰 기대도 없어지고 무미무취해진다고나 할까? 운전을 할 때 예전에는 앞 차가 얍삭하게,또는 난폭하게 운전을 하면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내 갈길만 간다.

세상은 내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 운 좋은 몇개의 경우 빼고는 없다. 그냥 받아 들이는 것이 가장 수월한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유구무언이다.

운전

아들이 성장하며 친구들과 지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것이 드문 일이 되었다. 그래서 이 지하철 잘 깔려있는 서울에서 차는 더이상 필요없다는 생각으로 처분했다. 그렇게 7, 8년 차가 없는 평안한 세월을 보내다 아버지가 돌아 가시기 전, 휠체어를 실고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자주 있어 휠체어가 들어 가는 경차, 레이를 구입했다. 그 뒤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이제 운전할 일이 없어져 레이도 거의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작년에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열악한 남원으로 내려오면서 레이는 다시 부활했다. 개를 입양하기 전까지는 서울에 올 일이 있으면 KTX나 SRT를 이용했다. 그러나 입양하고 부터는 차량을 이용했다. 주관적인 관점으로 레이는 시티카 용도로는 최고의 차량이다. 경차지만 높은 전고로 답답하지 않은 실내와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고, 주차하기도 편하고, 공용주차장과 고속도로 통행료에서 혜택도 있다. 레이의 또 하나의 매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여기 좁아서 못지나가”, “아니 돼”, “여기 차 못대”, “아니 돼”. 마트 갈 때, 행정복지 센터 갈 때, 식당 갈 때, 산책 갈 때, 놀러 갈 때 등 시도때도 없이 레이를 몰고 나갔다.

하지만 고속도로 운행에서는 부족함이 나오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큰차들이 옆으로 지나가면 흔들림이 있고, 전반적으로 안정성이 좋지 않다. 잘 달리는 차가 잘 서는데 레이는 이부분이 부족한다. 외양만 봐도 고속도로에서 달리라고 만든 차는 아니다. 물론 간혹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자주 타야 된다면 적합한 차는 아니다. 그래서 레이는 마침 차를 바꿀 때가 된 아랫동서에게 주고, 승용차 하나와 중고 포터를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어느 정도 충족이 가능한 SUV를 권했지만, 짧고 간접적인 시골생활이었지만 포터는 거의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종에 관계없이 남원에서의 운전은 서울에 비해 정말 쾌적하다. 차도 적고, 경관도 좋고, 창문 열면 들어오는 공기도 신선하다. 서울에서는 최소한으로 운전대를 잡았다면, 여기서는 최대한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한마디로 드라이브가 즐겁다.

운전이 즐겁지만 이제 칠십까지 15년 남았다. 다니는 주행거리가 짧지 않으니 15년 있다 폐차하거나 처분하면서, 운전면허도 반납할려고 한다. 그럼 이 시골에서 어떻게 이동을 해야할지 조금 막막하긴 하다. 버스정류장은 있지만 버스를 본 적은 없다. 인구는 계속 줄고 그때면 노선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차들의 크루즈 컨트롤 기술을 보면 그 때쯤이면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들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더 늘어난 고령인구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면, 노인들을 위한 단순한 기능의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 같다. 아니 나와야 한다.

대연각

  • 추천 메뉴: 짬뽕, 짜장, 간짜장, 잡채밥, 탕수육, 양장피
  • 모든 메뉴 포장 가능
  •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30분
  • 브레이크타임: 오후 2시 ~ 5시
  • 휴무일: 매주 화요일
  • 주소: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요천로 543
  • 연락처: 0507-1336-3252

개인적인 느낌으로 남원의 중국집들은 서울에 비해 낫다. 서울은 웍질 소리가 들리는 중국집들이 드물지만, 여기는 대부분 주문과 함께 웍질 하는 소리가 홀에서도 들린다. 짬뽕을 좋아하기 때문에 남원에 있으면서 많은 중국집들을 찾아 갔다. 100년이 넘은 집도 있고 유명한 집들도 있지만 이집 짬뽕이 입맛에 맞아 가끔 찾는다.

요리는 탕수육과 양장피만 먹어 보았다. 양장피는 지인들이 올 때 마다 추천하는 메뉴다. 언젠가 소주가 땡기는 날에는 술국을 포장해 와서 한잔하고 싶다. 보통 도심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음식점들이 양이 더 많다. 이집도 음식들이 푸짐하게 나온다.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많지만 한적한 곳에 있어 주로 현지인들만 오기에 줄을 서거나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가면 자리가 널널해 혼밥 하기에도 좋다.

짬뽕은 조금 매운편이다. 면도 많아 배가 부르지만 계속 땡기는 국물에 바닥을 보고 온다. 혼자 가면 거의 짬뽕을 먹지만, 간혹 지인들이 놀러와 같이 가면 2인 이상만 시킬 수 있는 간짜장을 먹는다. 짜장면은 거의 배달 시킬 때만 먹는 짬뽕파이지만 이집은 간짜장도 맛있다. 아니 주방장님 솜씨가 좋아 그냥 다 맛있는 것 같다.

시골에서 산다는 것

1년 조금 넘은 –마을에 산지는 2개월 채 안되는– 짧은 시골살이지만 지금까지 느낀 점을 이야기 해본다. 사실 우려스러운 부분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시골 살이, 전원 생활, 귀농/귀촌이 장점만 부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준비와 각오만 되어 있다면 기대를 충족하며 좋은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막연히 낭만과 운치 있는 시골생활만 기대하고 있다면 크게 낙담할 수 있고, 실제로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 가는 분들도 많다.

귀농 교육을 받으며 귀농/귀촌 선배들에게 들은 가장 힘든 점은 이런저런 의미의 ‘텃세’다. 갑자기 타지역에서 이전해 기존 마을사람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없다. 대부분 나이 드신 분들이지만 그분들의 아버지, 할아버지, 더욱 더 그 위 세대때 부터 같은 마을에서 알고 지낸 분들의 안으로는 들어 갈 수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한 기대는 생각지도 않고 다만 마을 구성원으로 여기서 오래 사신 분들과 잘 지내자라는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던 나에게는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은 없다. 어려움이 없다고 하기에 좀 그런게 내 성격이 너무나 무디긴하다. 실제 이 부분은 객관적으로 어떻다 이야기 할 수 없다. 마을 자체는 좋은 평판이 있어도 당장 내 옆집에 안맞는 이웃이 있고, 마을의 원로, 이장, 부녀회장과 마찰이 있으면 힘들어 질 수도 있다. 나쁜 평판이 있어도 내가 자주 보는 사람들이 서로 마음이 맞으면 괜찮은 곳이다. 이런 부분이 감당이 안되면 외떨어진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생활반경을 멀리 할 수 있으나, 시골의 특성상 완전히 벗어 날 수는 없다.

또한 냄새, 곤충, 먼지등에 민감한 분들은 힘들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들은 여성분들이 더 민감하기에 나처럼 홀로 귀촌귀향 살이를 하는 홀아비들이 많다. 냄새가 나도 그냥 어느 집에서 텃밭에 거름 줬나 보다, 집안에 거미나 그리마가 지나가면 얘들은 이집의 수호신이다, 뱀을 보면 뱀인가 보다, 가로등도 없이 칠흑 같은 밤이 되면 어릴 때 처럼 별이 잘 보이네 라는 무덤덤한 마음이면 그리 어려움은 없다.

이외에 대중교통, 편의시설, 서비스, 각종 인프라등 도시에서 당연시 하던 것은 잊고 적응해야 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지만 생활방식, 습관등은 대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 많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과거 한국사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옛날 사람인 나에게는 이질감이 크진 않다. 시골은 변화가 늦다. 뭐 도시도 지역과 분야에 따라 별반 다르지 않은 곳도 많다.

대부분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각각 개인별로 장점이 더 크게 다가오면 좋은 결정이고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오면 오판이다. 단점만 열거 했지만 장점은 티비의 각종 지방, 시골 생활 소개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된다. 단점만 극복하면 장점만이 크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하며 생활하고 있다.

배보식당

  • 추천메뉴: 암뽕순대국밥, 시래기국밥, 편육, 오징어 볶음/제육볶음(안주)
  • 모든 메뉴 포장 가능
  • 영업시간: 오전 8시 ~ 오후 8시 (유동적, 오후는 손님이 없을 시 일찍 닫을 수 있음)
  • 브레이크타임: 없음
  • 휴무일: 매주 일요일
  • 주소: 전북 남원시 요천로 1339
  • 연락처: 063-632-3114

작년 주생에 있는 남원시의 귀농귀촌 실습농장에 거주할 때, 즐겨 찾던 음식점이다. 그때는 걸어서 20분 거리라 늦은 시간에는 술도 한잔씩 하고 오곤 했는데, 지금은 차로 가야 해서 술은 못 마시지만, 그래도 자주 간다. 사장님 손맛도 좋아 음식이 맛있고 집밥 같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어 자주 간다.

메뉴는 위와 같고 나는 시래기국밥을 주로 먹고 가끔 더 든든하게 먹고 싶을 때는 암뽕순대국밥을 먹는다. 이제는 운전을 해야되서 술을 마실 수가 없으니 편육, 오징어볶음, 제육볶음 같은 술안주는 포장해 와서 먹는다.

가볍게 아침으로 즐겨 먹는 시래기국밥, 반찬은 김치와 깍두기는 거의 고정이고 나머지 두가지 메뉴는 사장님이 당일 준비해 놓으신 것에 따라 다르다. 일단 된장과 시래기 자체가 내 입맛에 딱이기에 언제 먹어도 맛있다.

강아지 7개월

2024년 9월 15일 생이니 이제 거의 7개월이 되어 간다. 주세요닷컴에서 골든리트리버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사이에 태어난 새끼를 보고 단박에 남원에서 강원도 평창으로 차를 몰고 가 분양 받았다.

분양해 주신 분이 수컷이라 하셨고 곰과 같은 얼굴을 보고 바로 곰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하지만 접종을 위해 처음 동물병원을 찾았을 때, 암컷이라고 해서 다시 곰순이로 개명했다.

30여년전 마지막으로 개를 저세상으로 보낸 후, 지금 다시 키우고 있는데, 과연 수고나 비용면에서 녹녹치 않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 왔을 때, 엉망으로 사고를 쳐 놓은 모습을 보면 정리할 힘도 없을 정도로 맥이 풀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양호해 지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다.

이 사진도 벌써 몇개월 전이라 지금은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의 못난(?) 얼굴을 하고 있다. 특히 자고 일어나면 멍청해 보이는 얼굴이 웃기다.

계획은 좀 더 자라고 날이 풀리면 마당에서 키울려고 했는데, 내가 뭔가 아쉬워서 힘들 것 같기는 하다. 이제 실내에서 같이 지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홀로 내려와서 하는 귀촌생활에 외로움을 덜어 주는 녀석과 떨어져 있기에는 내가 서운할 것 같다. 개집과 환경은 만들어 주었으니 햇볕 좋을 때나 홀로 외출시에는 밖에 놓고 그 외에는 집안에서 같이 지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