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아들이 성장하며 친구들과 지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가족끼리 여행을 가는 것이 드문 일이 되었다. 그래서 이 지하철 잘 깔려있는 서울에서 차는 더이상 필요없다는 생각으로 처분했다. 그렇게 7, 8년 차가 없는 평안한 세월을 보내다 아버지가 돌아 가시기 전, 휠체어를 실고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자주 있어 휠체어가 들어 가는 경차, 레이를 구입했다. 그 뒤 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이제 운전할 일이 없어져 레이도 거의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작년에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열악한 남원으로 내려오면서 레이는 다시 부활했다. 개를 입양하기 전까지는 서울에 올 일이 있으면 KTX나 SRT를 이용했다. 그러나 입양하고 부터는 차량을 이용했다. 주관적인 관점으로 레이는 시티카 용도로는 최고의 차량이다. 경차지만 높은 전고로 답답하지 않은 실내와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고, 주차하기도 편하고, 공용주차장과 고속도로 통행료에서 혜택도 있다. 레이의 또 하나의 매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여기 좁아서 못지나가”, “아니 돼”, “여기 차 못대”, “아니 돼”. 마트 갈 때, 행정복지 센터 갈 때, 식당 갈 때, 산책 갈 때, 놀러 갈 때 등 시도때도 없이 레이를 몰고 나갔다.

하지만 고속도로 운행에서는 부족함이 나오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큰차들이 옆으로 지나가면 흔들림이 있고, 전반적으로 안정성이 좋지 않다. 잘 달리는 차가 잘 서는데 레이는 이부분이 부족한다. 외양만 봐도 고속도로에서 달리라고 만든 차는 아니다. 물론 간혹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자주 타야 된다면 적합한 차는 아니다. 그래서 레이는 마침 차를 바꿀 때가 된 아랫동서에게 주고, 승용차 하나와 중고 포터를 구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어느 정도 충족이 가능한 SUV를 권했지만, 짧고 간접적인 시골생활이었지만 포터는 거의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종에 관계없이 남원에서의 운전은 서울에 비해 정말 쾌적하다. 차도 적고, 경관도 좋고, 창문 열면 들어오는 공기도 신선하다. 서울에서는 최소한으로 운전대를 잡았다면, 여기서는 최대한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한마디로 드라이브가 즐겁다.

운전이 즐겁지만 이제 칠십까지 15년 남았다. 다니는 주행거리가 짧지 않으니 15년 있다 폐차하거나 처분하면서, 운전면허도 반납할려고 한다. 그럼 이 시골에서 어떻게 이동을 해야할지 조금 막막하긴 하다. 버스정류장은 있지만 버스를 본 적은 없다. 인구는 계속 줄고 그때면 노선이 없어질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차들의 크루즈 컨트롤 기술을 보면 그 때쯤이면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들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더 늘어난 고령인구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면, 노인들을 위한 단순한 기능의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 같다. 아니 나와야 한다.